늦가을 골프장에서 만난 슈베르트, 이승목 사장 10050
  2008-12-23


올 가을 필자는 유난히 바빴다.


돌이켜 보면 아니 냉정했다면 그리 바쁘지 않아도 되는데 누가 말했듯이 인간의 관계라는 것이 그리 쉽게 쉴 수 있도록 해주질 않았다.


그런가운데 일산에 ‘베스트밸리’ 퍼블릭에서 시범라운드 초청이 있어 우원건설에 다니는
아우 곽동철 이사와 늘 형님처럼 모시는 전 서원밸리 김국종 사장과 투어2000여행사 윤제이 전무와 함께 일요일 라운드를 즐겼다.


넉넉한 가을 햇살과 일요일이라는 여유로움이 진정 라운드의 멋고 맛을 만들어 냈다.

 



“어! 내가 아는 분이 형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형 책 읽고......”


이승목 사장님이란 분이었고 마침 김국종 사장도 잘 아는 분이었다.

 

누군가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은 행복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서로 바쁜 일상 때문에 또 만남을 잊고 살다가 한달이 흘렀고 곽동철 아우가
은화삼에서 라운드를 하자고 날짜를 잡았다.


그곳에 바로 이승목 사장께서 함께 하기로 했다고 했다.

사실 다른 약속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끌렸다.

 

선약을 깨면서까지 난 이미 은화삼으로 가고 있었다.
먼 거리의 산들은 이미 늦가을 정취에 푹 빠져 있었다.

골프장 잔디도 황금빛으로 변해 있어 가는 계절이 아쉽게만 느껴지는 그런 마지막 가을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급히 카트로 나가 인사를 드렸다.

곽동철 아우가 ‘레저신문 이종현’이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반갑게 아니 따듯하게 악수를 청해왔다.


알고보니 이승목 사장께서는 오늘 이종현이 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에 더욱 반가움을 표했고 함께한 두사장과 함께
라운드에 들어가게 됐다.

 


사람에겐 첫 인상 이라는 것이 있다.

솔직히 필자는 쉽게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마음을 여는 스타일이 아니다.

만나면서 더 깊어지거나 속내를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

대신에 한번 사귀면 아주 오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 상대방이 필자를 배신하지 않으면 먼저 배신하거나 멀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전반 홀을 돌면서 ‘아! 매너가 매우 좋으시구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으시구나’하는 생각정도였다.

그러나 필자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 간 것은 다름 아닌 후반 홀 파3에서 앞 팀이 밀려 있자
즉흥에서 가을에 어울리는 ‘시’를 낭송해줄 때였다.

누구나 시는 외우고 낭송해줄 수는 있다.

누구나 시를 말하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승목 사장은 달랐다.

 


사랑도 삶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시를 낭송해주는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땅거미가 서서히 드리우는 늦가을 저녁 그것도 바람이 스산해지는 그 기막힌 타이밍에 시를 읊었다.


앞 조는 그린을 향해 티샷을 날리고 우린 대기하고 있던 카트 앞에서 이승목 사장님의 시를 들었다.

 


감동이었다.

20년간 골프를 치면서 골프장에서 내게 시를 들려준 유일한 사람이다.

아니 평생을 시를 공부하고 시를 써온 시인으로써 너무도 부끄러웠다.

 


이후 4개홀 라운드는 스코어와 승패가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내 글을 이해해주고 내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내게 시를 읽어주는 여유와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 나도 다시 시를 되돌아보게 만들어 줬다.


라운드가 끝나고 남부골프장 앞 한정식당으로 자릴 옮겼다.



필자는 이번에 낸 ‘시가 있는 골프’외에 이전에 낸 책 ‘골프마이나 비하인드 스토리’와 ‘골프와
Y 우연과 필연’을 사인해서 드렸다.

진정 졸작이라도 나를 알아주는 분께 무엇인들 못드리겠는가 하는 끊이지 않는 감동과
행복감이 밀려왔다.

 


물론 내 책과 글을 보고 연락하거나 찾아온 분들은 많다.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 일시적인 관심이 많았다.


이번 이승목 사장님은 달랐다.

식사와 술자리에서 우리 4명을 위해서 시를 낭송해주셨다.

오규원 시인의 ‘한잎의 여자’였다.

 

 


한잎의 여자(女子) 1 
                             - 오규원 作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女子),
그 한 잎의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여자(女子)만을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女子),
 
눈물 같은 여자(女子),
슬픔 같은 여자(女子),
병신(病身) 같은 여자(女子),
시집(詩集) 같은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女子),
 
그래서 불행한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女子).

 


행복했다.

아니 골프를 치면서 이토록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은 단연코 없었다.




우린 골프를 치면 먹고 마시고 그리고 여자이야기로 소비한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시를 이야기하고 문화를 말할 수 있는 여유와 관심에 놀랍고 부끄럽다.


이승목사장은 덕성레<

 하늬바람
얼굴도 푸근함... 골프 사랑할사람같네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01-27 / 13:04
 골프장에서
시를 읽어주는 남자? 밥퍼주는 남자보다 더 멋있네....

 12-27 / 11:46
 rhfvmaosldk
예술로 맺어진 인연이 너무 아름답네요. 그 골프장 언제 생기려나. 기되됨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다 장삿속(?)만 멋진문화예술골프장 홧팅!!!!

 12-26 / 09:32
 낭만쟁이
멋지심다. 나도 그런 분 하고 골프 하고 싶네.
이글 진짜죠. 늦가을에 골프장에서 시를 읽어준다. 멋진분, 멋쟁이...

 12-25 /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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