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닐봉지 안에 든 명품과 편안한 미소 - 터키항공 사장님을 그리워하다. 10045
  2008-08-23

 

만남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예고도 없이 어느 한사람을 만나
알게 되고 그 사람을 잊지 못해
그리워하다가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잠시 망각하고 살다가 한통의 멜을 받거나 전화 통화로 다시 그를 생각해내고 또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이 되풀이 되면서 무감각해지고 잠시 또 잊고 살아가다가 또 다른 이유로 만나게 되는 만남은 끊임없는 연속이다.
 
 
 
그 끊임없는 만남이 끝나는 때도 있다.
또 볼 것이란 막연한 기약을 남기고 만남을 잠시 뒤로 접어 둘 때가 있지만 영영 그를 볼 수 없을 때가
있다.
 
 
야속하게 너무도 야속하게도
'또 만나자는 기약도 못하고 떠나는 눈물 나는 이별일 때도 있다'
 
 
 
3년 전 그와의 만남은 너무도 싱거웠다.
 

그와의 첫 만남은 무색무취라는 말이 어울린다.
 
 
 
터키관광청과 터키항공 초청으로 터키를 방문했다.
그는 한국 터키항공 사장신분으로 팸투어에 합류했다.
 
 
하지만 터키 방문 2일째까지도 그의 존재감을 몰랐다.
그저 이번 팸투어 구성원이려니 했다.
 
 
다소 덥수룩한 머리와 편안해 보이는 랜드로바 스타일의 신발, 분홍 티셔츠를 입은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그가 눈에 띨 리가 없었다.
 
너무도 조용하게 앉아 그저 눈을 마주치면 웃는데, 웃는 모습조차 너무도 싱겁고 편안함을 제공했다.
 

무엇을 하는지, 왜 왔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셋째날 마침 식사를 하게 됐고 바로 옆에 앉게 됐다.
별도로 인사는 하지 않았었지만 안면이 있는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와인을 마셨다.
 
 

 
그는 영국, 스페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참 아는 게 많고 여행을 많이 다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에게서 묘한 끌림이 있었다.
좀 느리고 어눌해 보이는 말투지만 친근감으로 다가왔다.
 

그날 저녁식사를 끝으로 서로의 관심은 그걸로 끝이었다.
 
 
 
 
여행 5일째날 터키관광청을 방문했다. 터키관광지와 골프장 설명회 자리였다.
 
관광청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이형 기자니까 사진 잘 찍어달랍니다. 관광청 직원이 부탁하니 잘 찍어 주이소"
 

그였다. 
의아했다.
 
그가 왜 관광청 사진 부탁을 할까.

 

신경이 쓰여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하지만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왜 왔는지를 물어보기가 어색했다.
 
 
 
그날 밤 관광청 저녁초청 자리에서 묘하게 또 그와 앉게 됐다.
 

묘했다.
조금씩 그와 마주치게 되고 그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또 습관처럼 와인을 따라 함께 마셨다. 그리고 일상적인 주제를 안주삼아 시간을 보냈다.
 
 
 
"이형 잠깐만 나와 봐요. 내 보기에 패션, 액사서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호텔 매장에서좋은 명품을 아주 싸게파는 것 같아서 함께가요"
 
그의 제의가 감사해서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를 따라 나섰다. 매장 안에는 세일을 하고 있었다.
 
 
 
"이형 이거 괜찮아요. 영국하고 스페인보다 싸고 품질도 좋으네"
 
난 버버리 셔츠를 하나 샀다. 
싸기도 했지만 내게 좋은 물건을 골라주려는 그가 너무 고마웠기에  더 관심이 있는 척 했다.
 
 
옷과 물건을 사서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싸게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또 한잔의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어떻게  영국과 스페인 터키에 대해서 그렇게 잘아세요. 여행을 자주 오시나봐요?"
 
"제가 여기 스페인에서 살고 있잖아요. 터키항공사는 가끔 와서 업무보고 주로 스페인에서 살아요.
우리 동네는 오렌지가 얼마나 많은지 발에 치여요“
 
“사장님도 천상 한국사람이네요. 우리라고 하는 것 보니...
그럼요. 이 경상도 말투를 바꾸지 못하는 것을 보면 천상 한국사람이죠”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무도 편안함을 느꼈다.
 
사람을 만나면 동물적 감각으로 일단 경계하게 되는데 이상했다.
 
 
 
그 다음날 아침에도 편안하게 웃으며 변함없이 대해줬고 함께 골프를 쳐도 늘 같았다.
 
단지 큰 돈을 걸고 내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소 걷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저녁이면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영국이, 스페인이, 터키가 우리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를
이야기 했다. 그는 시간만 남으면 책을 읽었다.
 
그런 가운데 일행들은 다소 그를 오해하기도 했다.
아니 오해했다.
 
 
 
안딸리아로 갈 때와 한국, 터키로 갈 때 혼자서 비즈니스를 탔기 때문에 동행자들은 다소 호스트가 어찌 혼자만 비즈니스를 이용할까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필자는 당연히 그럴수 있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그것이 그렇게 눈에 거스리지 않았다.


아마도 이미 김기선이란 사람이 내 맘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안딸리아로 가는 비행기 앞에서 별안간 필자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자신도 터키항공기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실 비행기 앞에서 비행기를 찍을 이유가 없었는데도 김사장께서는 나중에 분명 추억하는 사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 사진이 그를 추억하게 하는 사진이 되고 말았다.
 


그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그만의 고통이 있었다. 간이 좋지않았다. 아니 아주 나빴다.
그가 한국에 오면 술도 골프도 치지 않으려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도 필자와 함께 위험한 라운드를 해준 것에 감사한다.
 
 
 
“이형 난 말야. 한번 쓰러지면 못일어나. 영국에서도 한번 크게 겪었잖아. 나 조심해야돼.
술도 안하잖아.”
 
사실 그가 파이낸스빌딩 커피빈에서 필자에게 말할 때만 해도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몰랐다.
아니 그날 그렇게 대충 듣고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2개월전부터 멜을 끊었다.
 
평소 멜을 보내면 꼭 답장을 해줬던 그가 더 이상 멜을 보내지 않았다.
 
해서 짖굳게 섹스체위로 만든 악보를 보냈다. 그러면 답장이 오겠지 했다. 그래도 오지 않았다.
 
그 후로 멜을 5통 정도 보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날 잊어버렸구나 했다.
 
그래도 한국에 오면 꼭 만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떨고 밥먹고 했는데
내가 존재감 없는 사람이구나 했다.
 
서서히 그에게서 잊혀져 가려고 하던 7월 어느날 터키항공의 임이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의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국장께서 김사장님 좋아하셨잖아요...”
 

알 것 같았다.
더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았다.
 
 
 
“오늘 돌아가셨어요. 서울대 병원에 있어요”
 
그날 라운드를 취소하고 서울대 병원으로 갔다.
 
 
그는 영정 안에서도 변함없이 웃고 있었다.
편안한  미소로......
 
 
 
그 다음날 유럽으로 출장을 가야 했기에 아니 그가 사는 스페인 근처로 가야 했기에 혹 그를 만날 수
있을까 했는데 그는 이미 한국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골프를 통해서 터기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 3년밖에 되지 않은 인연이었지만 참 한결같이 함께 좋아하고 교감했다.
 
 
저런 분이라면 언제 만나도 따듯하고 행복할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후회가 됐다. 바보같이 그때 커피빈에서 심각하게 이야기 할 때 왜 난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을까.
왜 그때 건성으로 받아들였을까.
 
 
 
골프를 치면서 참 여유 있게 부드럽게 잘 친다고만 했지 그의 불편함은 알아 채지 못했다.
 
그는 내게 영국서부터 고생한 이야기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등에 대해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줬는데
난 그에게 해준게 없었다.
 
 
영국서 가이드까지 하면서 돈을 벌어 터키항공 한국 대주주가 됐지만 그에겐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는 나와의 추억은 가져갔을까. 난 추억하고 있는데 그도 나처럼 추억할까?
 

한동안 아니 쉽게 그가 잊혀지지 않는다.
 
 
 
푸근한 미소, 한결같은 표정, 그리고 검은 비닐봉지에 둘둘 말아서 가져온 선물을 내밀면서
“이형 이거 가져 가소”
 
 

 탕아
잘 사세요. 한번 왔다가는 것 이지만 추억하는 것은 슬픈 거겠지요.
그 세상에서라도 행복하세요...

 12-27 / 11:48
 goselaos
두분 참 좋아보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 오래 우정을 나눴으면 싶네요. 나도 그런 아름다운 우정 만들어야 겠어요. 비행기서 나란히 찍은 모습이 왠지 예감부터...

 09-02 /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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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골프유닷넷(golfu.net)
전국 골프장예약/골프투어/쇼핑몰/칼럼 : 02-572-0444